개봉 첫날에만 약 2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산뜻한 출발을 보였고, 온라인상에서도 “역시 봉준호”라는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일부 관객들은 봉준호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미키17’ 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 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반응은 호의적입니다. 국제 평론가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영화 리뷰 종합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선 현재 80%대 중반의 신선도 점수를 기록하며 “크게 재미있고 대중을 사로잡는 스펙터클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가 돋보이지만 봉준호 최고의 작품들과 견줄 정도는 아니다” 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 역시 100점 만점에 74점(21개 평가 기준)으로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 를 유지하고 있는데, 15명의 주요 평론가 중 10명이 호평을 주었고 부정평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해외 유수 매체들은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에 열광하며 다양한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Independent) 지는 이 작품에 만점인 100점을 부여하며 “신랄하면서도 기묘하게도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 영화” 라고 극찬했고, 할리우드 대형 자본의 흔들림 속에 탄생한 “마지막 남은 정직한 예술 작품 중 하나” 라고까지 평했습니다.
IndieWire의 리뷰는 ‘미키17’ 을 봉준호의 이전 영어권 영화들인 옥자와 설국열차의 장점을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봉 감독의 영어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고 응집력 있는 영화” 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다수의 평론가들은 특히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변신과 봉준호 특유의 기발한 연출을 호평하면서, 오락성과 메시지를 겸비한 수작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몇몇은 스토리 전개상의 아쉬움이나 봉준호의 최고작인 기생충과 비교했을 때 약간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봉준호의 평작이라 해도 여전히 다른 SF 영화들보다는 뛰어난 작품” 이라는 반응으로 종합됩니다.
전반적으로 ‘미키17’ 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평론가들의 지적 만족을 상당 부분 충족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 및 결말 분석
영화 ‘미키17’ 의 배경은 2050년대의 가까운 미래로, 인류가 자원 고갈을 피해 빙하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는 설정입니다. 주인공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 분)는 이 개척 임무에 투입된 “익스펜더블(Expendable)”, 즉 죽으면 새로운 클론으로 교체되는 소모품 인력입니다.
위험천만한 임무를 전담하며 순직을 거듭하는 것이 직업인 미키는 이미 여러 번 죽었다 다시 태어났고, 이야기 시작 시점에서 일곱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미키7” 이라는 원작 소설 제목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얼음 행성 탐사 중 사고로 깊은 균열에 추락한 미키7은 모두의 예측대로 사망한 줄로만 여겨집니다.
동료들은 곧바로 그의 여덟 번째 클론인 “미키8” 을 새로 프린트하지만, 놀랍게도 미키7이 극적으로 생존하여 기지로 돌아오면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즉, 한 시공간에 두 명의 미키(미키7과 미키8)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이중 존재의 설정은 영화 전개의 핵심 갈등을 이룹니다. 두 미키는 자신들의 공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처분당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몰래 서로의 존재를 숨기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 쪽 미키는 겁 많고 소심한 성격으로, 다른 한 쪽은 보다 거칠고 직설적인 성향을 보여주며 극에 웃음을 더합니다. 한편 개척지인 니플하임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갑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식량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해지고, 토착 외계 생명체들은 인간 거주지 주변에 나타나 심상찮은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두 미키가 정체 발각을 피하려 고군분투하는 코미디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식민지의 생존 문제와 외계 종족과의 충돌 등 보다 거대한 위기가 부각됩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두 미키가 힘을 합쳐 조직 시스템의 부조리와 외부의 위협에 맞서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갑니다.
결말에 이르러 영화는 인간성과 삶의 가치에 대한 따뜻한 통찰을 남깁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반전과 함께, 관객들은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삶과 사랑” 이라는 메시지를 느끼며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봉준호 작품들 중 드물게 밝고 희망적인 여운을 주는데, 몇몇 평론가들은 “미키17의 결말은 봉준호 영화 중 가장 희망찬 편” 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두 미키의 운명 또한 의미심장하게 그려져, 자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결말로 작품이 마무리됩니다.
캐릭터 및 연기 평가
‘미키17’ 에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입니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지구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식민지 개척팀에 합류한 평범한 청년이지만, 죽음을 반복 경험하면서 냉소와 유머를 장착한 생존형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로버트 패틴슨은 한 작품에서 서로 다른 두 캐릭터(미키17과 미키18) 를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소심하고 염세적인 미키7과 다혈질에 가깝지만 정의로운 미키8을 미묘한 표정과 태도의 차이로 구분 지어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평단으로부터 “한 배우가 스스로와 만들어내는 놀라운 케미”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의 클론을 연기하는 패틴슨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는 짐 캐리 전성기의 유연한 신체 연기를 떠올리게 할 만큼 뛰어나다는 호평도 나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패틴슨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명의 미키를 완벽하게 연기해낸 패틴슨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상할 정도” 라는 극단적인 찬사가 나올 정도로 그는 혼신의 연기를 펼칩니다.
패틴슨 스스로도 “이런 독특한 각본은 다시 없을 것”이라며 미키 캐릭터에 큰 애정을 드러냈고,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모든 배우가 꿈꾸는 경험” 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의 주요 조연들도 각자의 역할에서 빛을 발합니다. 식민지의 총괄 책임자인 케네스 마샬은 배우 마크 러팔로가 맡았는데, 권위적이고 교활한 독재자형 지도자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입니다. 러팔로는 이 캐릭터를 다소 과장되면서도 흡인력 있게 연기하여, 평론가들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대담하고도 눈에 띄는 연기” 라고 언급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이전에 영화 프리즌(Poor Things)에서 선보였던 광기 어린 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장면을 씹어먹는다” 는 평까지 얻었으며,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마샬 캐릭터의 폭주는 올 한 해 화제가 될 만한 연기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마샬의 오른팔이자 배후 권력으로 그려지는 그웬 조한센 역의 토니 콜렛 역시 노련한 연기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에는 냉혹한 야망을 품은 조한센을 콜렛은 절제된 카리스마로 표현해내며 “왕좌 뒤의 악의” 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편 미키의 연인으로 나오는 나샤 아자야 역의 나오미 애키는 강인한 군인 캐릭터로 분해 극의 감정적 중심을 잡아줍니다.
애키는 한정된 분량에도 불구하고 나샤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작은 역할을 훨씬 더 의미 있고 강렬하게 만들어냈다” 는 평을 들었고, 후반부에 선보이는 반권위적 연설 장면에서는 욕설도 불사하는 에너지로 관객의 속을 뚫어주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미키의 동료이자 친구인 버토 역의 스티븐 연은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버토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에 웃음과 온기를 불어넣는 캐릭터로, 스티븐 연의 안정된 연기 덕분에 미키가 처한 상황이 더욱 공감가고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미키17’ 은 주·조연을 막론하고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감독 최종 편집권을 보장받아,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타협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담았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캐릭터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개성을 마음껏 살린 연출로 훌륭한 팀 케미스트리를 이끌어냈습니다.
‘미키17’ 은 겉보기에는 우주 SF 어드벤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 의식은 매우 사회적이고 철학적입니다. 가장 중심에 놓인 메시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 입니다.
미키라는 인물이 죽음마저 일상인 ‘소모품 노동자’ 로 설정된 것은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계급 착취와 비인간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는 한 개인을 함부로 소모품 취급하는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며, 한 사람의 존재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제기합니다.
미키의 클론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고뇌를 통해 기억과 자아의 본질에 대한 성찰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 사람을 유일하게 만드는 것은 육체인가 기억인가” 라는 형태의 문제로 이어지며, 관객들은 미키들의 상황에 감정이입하면서 개인의 고유성과 복제 가능성에 관한 딜레마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SF적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은유합니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특정 인물의 풍자가 아니라 역사 속 다양한 정치적 악몽들과 독재자의 모습을 짜 맞춰 보편적인 형태로 만든 것” 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극 중 권력자 캐릭터들은 현실의 어떤 특정 정치인을 빗댄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반에 걸친 권력의 부조리를 집약한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야기 속 식민지 지도부의 모습에서는 전체주의적인 통제와 부패한 권력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으며, 일부 평론가는 미키17을 “급속히 사라지는 포퓰리즘과 새롭게 떠오르는 급진 정치에 대한 명백한 풍자” 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주 개척이라는 배경은 구식 제국주의와 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여지도 있습니다. 개척자들이 토착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는 인류의 식민주의 역사를 연상시키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적 경쟁과 착취를 은유합니다.
실제로 영화 곳곳에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반자본주의 정서가 녹아있는데, 인디와이어의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은 봉준호가 자본주의를 혐오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첫 번째 작품” 이라고 평했습니다. 영화는 힘없는 이들이 연대하여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통렬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실제로 이야기 후반부에 미키와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인간의 이타심과 협력을 강조하며, 끝내 “더 치열하게 살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진다” 는 느낌을 관객에게 줍니다.
봉준호 감독은 SF 장르를 단순한 미래 상상이 아니라 현 인간 사회의 거울로 활용합니다. 그는 “우주든 미래든 디스토피아든, 결국 그 안에 비춰지는 것은 지금의 우리 인간 모습” 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키17’ 에서도 비록 배경은 2050년대 우주이지만, 그 속 인물들이 저지르는 우매한 실수와 탐욕은 다름 아닌 현대 인간의 자화상입니다.
봉 감독은 “먼 미래 우주에 가봐도 인간은 여전히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며, 이런 “반(反) SF적인 이유 때문에 오히려 SF를 더 좋아하게 됐다” 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말처럼, 영화는 첨단 설정 속에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담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에 대한 애정 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미키의 존재를 통해 영화는 인간 서로간의 공감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며, 개인의 희생과 헌신이 공동체를救(구)해낼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결말부의 따뜻한 톤은 관객에게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데, 어떤 평론가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사랑해야겠다는 기운을 얻는다” 고 평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키17’ 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휴머니즘이 두드러진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더불어, 결국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연민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날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연출 및 촬영 기법 분석
‘미키17’ 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과 첨단 촬영 기법이 조화를 이루어, 시각적·감각적으로도 풍부한 영화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먼저 촬영 측면에서는 거장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촬영감독이 참여해 미래적 공간을 인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얼음 행성 니플하임의 광활하고 혹독한 설원 풍경, 우주선 내부의 차갑고 실험실 같은 밀폐된 분위기, 그리고 식민지 권력층 거처의 현란하고 기괴한 색채까지 대비되는 공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화면마다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예컨대 IMAX 대화면으로 펼쳐지는 빛나는 빙하 지대와 불타는 용광로 같은 에너지 설비, 그리고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인물들의 불안에 찬 표정들이 교차되며, SF 장르에서 기대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인간 드라마의 디테일을 모두 잡아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피오나 크롬비의 작품 설계 역시 뛰어나서, 개척기지의 거칠고 삭막한 구조물부터 우주선과 복제인간 재생시설 등 디스토피아적 미래 기술의 디테일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대한 스크린 포맷(IMAX 등)에 걸맞은 혁신적인 비주얼까지는 아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할리우드리포터의 리뷰에서는 “이 프로젝트는 거대한 규모에 비해 시각적으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며,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미장센의 참신함이 다소 덜하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다채로운 미래 세계의 풍경과 세밀한 소품, 특수효과로 구현된 클론들의 동시 등장 장면 등은 전반적으로 매우 완성도 높게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두 명의 미키가 한 프레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장면들은 최첨단 모션 컨트롤 카메라와 디지털 합성 기술을 통해 매끄럽게 구현되었고, 관객들은 이질감 없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연출적으로, ‘미키17’ 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 혼합과 톤 전환이 두드러지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코미디에 가까운 가벼운 순간과 심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순간을 교묘히 오가며, 관객을 웃기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균형 감각을 보여줍니다.
초반부에는 미키와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소개하느라 설명 대사와 내레이션이 다소 많은 편인데, 일부 평론가들은 “1막에 정보가 과하게 집중되어 있고 패틴슨의 내레이션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 설명이 끝난 뒤에는 봉준호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기발한 상황 연출이 본격화됩니다. 두 미키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벌이는 소동들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결합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점차 드러나는 식민지의 어두운 이면은 사회파 드라마의 무게를 더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100% 다 담았다” 고 밝혔듯이, B급 정서의 유머와 정치풍자, 스릴과 감동을 과감하게 뒤섞어 독특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연출적 모험이 모두 완벽히 들어맞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몇몇 평자는 후반부에 이야기의 초점이 변주되면서 “3막에서 서브플롯이 주인공들의 드라마를 잠식해버려 서사와 톤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영화 후반에 클론들의 갈등보다 식민지와 외계 종족 간의 충돌이 부각되는 전개에 대한 지적으로 보입니다. 원작 소설과는 일부 결말 전개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차라리 시리즈로 만들어 미키들의 드라마를 끝까지 보여주는 편이 나았을 뻔했다” 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관객과 평론가들은 봉준호의 연출력이 빚어낸 장르적 융합과 리듬감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또한 영화 곳곳에는 에일리언, 스타쉽 트루퍼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SF 명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와 패러디들이 숨겨져 있어, 장르 팬들에게 발견하는 재미를 줍니다. 결국 ‘미키17’ 의 연출은 봉준호 감독이 이제 할리우드 자본과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 풍자의 날카로운 칼날과 대중영화로서의 오락적 완성도를 동시에 거머쥔 그의 연출 기법은 다시 한 번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봉준호 감독 작품과의 비교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은 이전 작품들과 소재나 스타일 면에서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뚜렷합니다. 먼저 공통적으로, 봉준호 작품들이 늘 그래왔듯 이 영화 역시 계급 갈등과 사회 비판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가령 기생충에서 빈부격차, 설국열차에서 계층 구조, 옥자에서 자본의 탐욕을 다루었듯이, ‘미키17’ 에서도 복제인간 노동자와 권력자 계층의 대비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또한 장르적으로 SF와 블랙코미디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옥자와 설국열차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미키17’ 을 두고 설국열차의 미래적 유틸리테리어즘(공리주의)적 환경과 옥자의 귀여운 동물 캐릭터까지 한데 섞은, 봉준호의 이전 영어권 영화들의 직접적 계승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설국열차처럼 폐쇄적인 환경 속 혁명이라는 구도가 있고, 옥자처럼 인간과 과학기술(복제)의 관계를 다루며, 기생충에서 보였던 날카로운 계층 풍자의 감각도 엿보입니다. 어떤 평론은 “이 영화에는 옥자의 동물권에 대한 따뜻한 시선, 설국열차의 계급 풍자의 재치, 기생충의 현실 빈곤에 대한 묘사가 모두 녹아 있다” 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본인도 SF 장르를 꾸준히 선보여온 드문 한국 감독인데, ‘미키17’ 을 통해 다시 한번 인간 군상의 어리석음과 연민을 SF 틀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이는 괴물, 옥자, 설국열차로 이어지는 그의 사회파 SF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미키17’ 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톤과 분위기의 변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전 주요 작품들은 대개 결말에 가서 씁쓸하거나 냉소적인 여운을 남겼습니다.
기생충은 비극적 반전으로 끝맺었고, 설국열차는 인류 문명 붕괴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었으며, 옥자 역시 부분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체제는 유지되는 쓴맛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미키17’ 은 상대적으로 희망적이고 따뜻한 결말을 채택함으로써 차이를 보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관객에게 전해지는 감정은 절망이나 허무보다 희망과 인간에 대한 애정에 가깝고, 이는 봉준호 영화 세계관의 새로운 일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키17’ 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코미디 색채가 강한 편에 속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 등에서 유머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SF 풍자극(farce) 의 요소가 두드러져서 상당 부분 가볍고 즐거운 톤으로 전개됩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냉혹함이 약간 누그러지고 대중적 오락성이 강화된 느낌인데, 이는 글로벌 흥행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평자들은 “‘미키17’은 봉준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약한 축에 들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대중친화적인 작품” 이라고 평했습니다.
제작 규모와 언어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기생충이 한국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비교적 저예산 영화였다면, ‘미키17’ 은 헐리우드 자본(약 1억 1,800만 달러 규모)과 영어 대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제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설국열차와 옥자도 영어권 배우들이 참여했지만 한국 제작사 주도로 만든 것에 비해, ‘미키17’ 은 워너브라더스가 배급을 맡고 보다 전폭적인 글로벌 제작 시스템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평단에서는 “‘미키17’은 봉준호의 최고 영어권 영화”, “가장 완성도 높은 헐리우드 진출작” 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옥자와 설국열차 등 과거 영어 작품들에서 일부 보였던 톤의 어색함이나 메시지의 직설적 전달 문제 등이 ‘미키17’ 에서는 한층 개선되어, 작품의 응집력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토탈필름의 한 평론가는 “미키17은 봉준호의 영어 영화 중 최고이자 가장 일관성 있는 작품” 이라고 평했고, BBC 등의 리뷰도 기생충에는 미치지 못해도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마스터피스급 영어 영화라고 호평했습니다.
종합하면, ‘미키17’ 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작품입니다. 기존 작품들처럼 사회 비판과 독특한 유머 감각이 살아있으면서도, 새로운 환경과 진화된 시도들로 감독의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기생충의 영광을 잇는 또 하나의 문제작이라기보다는, 옥자와 설국열차의 뒤를 잇는 글로벌 SF 활극에 더욱 가까워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인간미와 메시지의 온도는 여전히 봉준호 표이고, 어쩌면 이전보다 더 따스해졌습니다. “봉준호 월드” 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재미와 깜짝 놀랄 변주를 동시에 선사하면서, 새로운 관객층에게도 폭넓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미키17’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영화가 거둘 성과와, 봉준호 감독이 이어서 펼쳐 나갈 영화 세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주요 평론 및 기사 인용은 Rotten Tomatoes 편집팀의 평론 종합, The Korea Times 기사, YTN 인터뷰 내용 등에서 발췌했습니다.